Ceci No.216
2012.09
요즘 다시 고등학생으로 돌아간 기분은 어떤가요?
졸업하고, 대학교 입학한 지 이제 6개월 차니까 별다른 건 못 느끼겠어요. 교실 풍경이 자연스럽고 익숙해요. 반 친구들도 생각나면서 그때 그 시절 추억도 떠오르고요.
초등학교 6학년부터 연기를 시작했으니, 학창 시절이 평범하진 않았을 것 같아요.
평범한 아이였어요. 딱히 눈에 띄지도 않았고, 두런두런 친구들과 잘 지냈거든요. 학교 성적도 높은 편은 아니었지만 꾸준히 유지하면서요. 공부와 연기를 둘 다 잘해야 했으니까요. 연기하면서 성적이 떨어지는 건 어쩔 수 없는 일이니까, 마인드 컨트롤하면서 스트레스 받지 않으려 했어요. 시험 날 촬영이 생기면, 촬영 일정을 조율하면서 별 사고 없이 열심히 다녔더니 선생님들에게 예쁨 받았나 봐요.
‘공부의 신’과 ‘아름다운 그대(이해 아그대)’는 모두 고등학교가 배경이죠. 전학생의 시선으로 보면 학교 분위기의 차이가 나던가요?
두 작품 모두 또래 배우와 호흡을 맞추다 보니, NG가 나도 웃음이 나는 여유가 있어요. ‘공부의 신’때는 인문계 교실의 책상에 앉아서 열심히 공부만 했다면, ‘아그대’는 운동장을 뛰면서 교우 관계를 쌓아가는 분위기의 차이랄까? 체고생인 은결이는 공부를 안 해요. 그래서 좋아요.(웃음)
본인의 학창 시절과 비교하면요?
전 초・중・고교 모두 학교와 집이 워낙 가까워 학교 끝나면 딴눈 못 팔고 집으로 가야 했거든요. 예체능 기숙사 학교를 갔으면 분위기가 어땠을까 궁금했는데, 역시 재미있어요. 그 즐거움을 만끽하고 있어요.
첫인상은 오래 남는 법이죠. 각 주인공들의 첫인상이 기억나나요?
대본 리딩 때 처음 만난 설리는 머리 자르기 전이었기 때문에 극 중 구재희란 느낌보다는 f(x)의 설리 같았어요. 차분해 보여서 인상에 더 남아요. 지금은 함께 하는 신이 많아서 친해졌어요. 사람마다 말로 표현할 수 없는 주파수란 게 있는데, 강태준 역의 민호 형은 처음부터 편안하고 친근했어요. 송종민 역의 광희 형은 예능에서 보여주는 모습 그대로예요. 특히 ‘정글의 법칙’이요. 한마디만 던져도 주위에서 웃음이 빵 터지거든요. 극 중 태준의 라이벌인 민현재 역의 하늘이 형은 실제로 온화하게 사람들을 잘 챙겨주고, 기숙사장 하승리 역의 준영이 형은 현장 분위기를 이끌어주는 맏형이에요.
극 중 축구 선수 생활은 괜찮나요? 사극 액션과는 또 다른 움직임이잖아요.
제가 방과후 운동장에서 축구를 하다가 결국 엄마에게 등짝 맞으면서 학원으로 소환당하곤 했거든요. 드라마 시작하기 전에 축구 선수에게 일대일 과외를 받았어요.
얼굴이 진짜 탔네요.
여름 태양이 정말 뜨거워서 운동장 뛰다가 다륻 얼굴이 까맣게 되었어요. 축구는 혼자 하는게 아니라 여럿이 뛰는 스포츠고. 촬영차 자주 놀러 다니니까 친구들과 매일 MT 가는 기분이 들어요. 하하! 밤에 달려드는 모기들만 빼면 완벽할 것 같아요.
원작 <아름다운 그대에게>는 봤어요?
만화책은 1권 초반 설정 부분만 읽었어요. 대만판 <화양소년소녀>와 일본판 <미남파라다이스>는 일부러 안 찾아봐요. 나도 모르게 비교하려 한다거나, 디테일이 몸에 배거나, 선입견이 생길 것 같아서요. 저만의 느낌을 살려서 하려고요.
궁금하진 않아요?
너무나 궁금해요. 그래도 꾹 참고 있는데, 얼마 전 스태프 누나들에게 은결이에 대해 스포일러 당했어요. 은결이는 생각보다, 슬픈…. 앗. 더 이상 얘기 안 할게요. 저 같은 피해자가 생길 수 있잖아요.
하하, 한국의 차은결은 어떤 매력을 지녔나요?
굉장히 밝고 발랄해요. 사랑하는 재희에게는 한없이 약하고, 허당끼도 넘치죠. 정이 많이 가는 아이를 표현하지 위해 편안하게 풀어진 실제 제 모습이 많이 나올 거예요. 이를테면 제가 애처럼 말하는 버릇이 있는데, 은결이도 그래요.
평소 캐릭터를 분석하는 타입인가 봐요.
그보다, 즉흥적으로 뛰어드는 상황에 더 잘 맞아요.
‘적도의 남자’를 보면서 ‘와, 이제 남자가 되었구나’를 절절히 느꼈어요. ‘아, 나도 성장했구나’라고 느낄 때가 있나요?
최근에 그런 말 자주 들었는데, 덤덤해요. 어려서부터 활동했기 때문에 ‘어려 보인다’는 느낌은 어쩔 수 없는 것 같아요. 그건 시간이 지나면 자연스럽게 벗겨지는 거잖아요. ‘아역 배우 출신’이란 꼬리표는 딱히 신경 쓰이진 않아요. 부담도 없고요. 긍정적으로 생각해요. 점차 시간이 지날수록 다른 모습을 보여드리면서 깎아나가면 되겠죠.
시간이 지나면서 달라진 가치관이 있나요?
예전엔 언제나 대선배님들과 어른들 틈에서 어렵고, 긴장할 수밖에 없었어요. 이번 작품을 통해 불필요한 힘을 빼면서 편안해진 것 같아요.
‘어릴 때 첫 작품을 하지 않았다면’을 생각해본 적이 있어요?
연기를 하지 않았다면 정말 극단적인 두 가지예요. 부모님 말씀 잘 들었으니까 줄줄이 학원 다니면서 공부만 했거나, 친구들 사귀는 재미에 심취해서 완전 놀았거나. 막연히 그래요. 그 뒤는 자세하게 생각해보진 않았어요.
극 중 구재희가 남장하고 남학교에 들어오는 것처럼, 살면서 해본 가장 뜨악스러운 행동이나 선택은요?
좋은 연기자가 되려면 반항도 해보고, 일탈도 해보고, 연애도 많이 해보야 한다는 조언을 자주 들어요. 그런데 전 너무 바르게 살아온 것 같아서 요즘 들어 그게 걱정이에요. 이제부터 적극적으로 채워야겠어요.
남자를 성장시키는 포인트는 여러 개죠. 그중 하나가 연애잖아요.
경험 부족 중 하나가 연애예요. 많이 못했어요. 짝사랑도 못 해본걸요.
아이고, 어쩌나. 이번 역이 짝사랑 폭발인데. 드라마 끝나면 ‘불타는 남자 이현우’가 되겠네요.
불타는 현우 한번 지나간 다음에, 연기에 경험을 녹이는 걸로.
현우의 아름다운 그대가 될 조건은 뭘까요?
물론 예쁘면 좋겠죠?(웃음)
자기에게 잘 맞는 사람을 알아야 큰 불이 붙는 법이죠.
사람을 보면 말로는 표현하지 못하는 느낌을 받아요. 일종의 주파수, 촉이라고도 하는데 전 본능적으로 그건 타고났나 봐요. 대부분 아주 잘 맞아요.
그건 첫느낌의 영역인가요?
첫인상만으로 판단하기는 어려워요. 대화하다 보면 서로 느껴지는 감이죠.
마지막으로 사랑에 빠진 남자 이현우는 어떤 스타일인가요?
한없이 잘해줘요. 문자에 하트도 많이 붙여요. 밀당 그런 건 아예 몰라요. 그런데 앞으로 불타는 남자 이현우는 그런 것도 해봐야겠어요.(웃음) 근데 진짜 멋진 남자는 사실 나쁘면 안 되잖아요. 나보다 상대에게 맞춰주고 위로해주고, 또 이끌어줄 수 있어야 하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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