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OGUE girl No. 106
2010.12
오늘 인터뷰가 몇 번째예요?
단체 인터뷰까지 합해서 네 번째요. 혼자 인터뷰하는 건 두 번째고요.
단체로 할 때보다 혼자서 인터뷰할 때가 더 부담되지 않아요?
멤버들한테 말하는 거 조심해야 되는 게 없어서 더 편한 부분도 있어요. 다른 사람보다 튀거나 일부러 웃기려고 얘기 안 해도 되니까요.
인터뷰에는 소질이 있는 것 같아요?
재치가 있는 것 같아요. (허)각이 형이나 (김)지수 형처럼 진짜 재미있지는 않은데, 언변에는 조금 소질이 있지 않나….
오늘 한 말 중에 괜히 했다 싶은 말은 없고요?
아, 아까 엠넷 ‘와이드 연예뉴스’ 인터뷰할 때 ‘본능적으로’ 인기를 실감하냐고 묻는 질문에 돈이 안 들어와서 직접적으로 실감이 안 난다고 한 거요. 실제로는 그렇지 않은데 웃기겠다는 욕심에 그만….
포털 사이트에 나온 프로필을 봤더니 직업이 ‘화제인물’이더라고요.
아직까지는 화제인물인 게 맞는 것 같아요. 가수라고 할 수도 없고, 그렇다고 방송인이라고 할 수도 없고요.
사인은 언제 처음 만들었어요?
초등학교 때요.
나중에 스타가 될 때를 대비해서요?
네. 그때 사인이 제일 화려해요. 영어 필기체로 휘갈겨 쓰고, 별도 넣고, 그런데 사인을 해드릴 때 너무 오래 걸리니까 불편하더라고요.
요즘 트위터를 정말 열심히 하더라고요.
네. 근데 내가 ‘학생 요금제’라 와이파이존에서만 가능해요.
트위터에 남긴 한마디. 방송에서 말한 한마디가 인터넷 뉴스 메인 기사에 뜨는 걸 보면 기분이 어때요?
관심 많이 주시니까 아직까지는 즐겁죠. 그런데 지금부터 연습해야 될 것 같아요. ‘내려가는’ 연습.
벌써부터 내려가는 연습을 한다고요?
그렇지 않은 사태에서 나에 대한 관심이 급격하게 떨어지면 많이 상처받을 것 같아서요. 그건 언제나 각오하고 있는 거예요.
역시 산전수전 겪은 10대인지라?
산전수전 아니에요. 일반인들도 다 겪을 만한 일이죠.
오디션 볼 때만 해도 그걸 강점으로 내세웠잖아요. 나이에 비해 인생 경험이 많은 편이어서 또래들과는 표현력이 다를 거라고요.
‘슈퍼 위크’에서 많은 사람들을 만나고, 합숙하면서 각이 형, 지수 형한테 내 나이 때 이야기를 많이 들었거든요. 나보다 훨씬 더 힘든 사람도 많더라고요.
합숙 생활 초반에는 단체 생활에 비협조적으로 보이는 부분이 많았어요.
처음엔 일부러 적응을 안 했어요. 어차피 헤어질 텐데 괜시리 정 붙여서 맘 아픈 것보다 나 혼자 잘 해야지 했던 것 같아요. 콧대도 높았죠. 근데 함께 생활하면서 잘못 생각했구나 싶었어요.
일곱 살 차이 나는 김그림 씨한테도 이름 부른다던데, 몇 살까지 반말해요?
사촌 누나는 열 살 넘게 차이 나도 그냥 이름 불러요. 편한 사람한테는 좀 막 해요. 반말도 서슴없이 하고, 툭툭 괴롭히고.
TOP 11 도전자 중에 아직까지 서먹서먹한 사람이 있나요?
김, 소, 정. 소정이 누나 무서워요.
오늘 엠넷에서 하는 행사에 다녀왔다면서요?
네. 지적 장애인 친구들이 지내는 소망의 집에 벽화를 그리러 갔었어요.
그전에 봉사 활동 같은 걸 해본 적이 있나요?
해 본 적은 있어요. 학교에서도 봉사 활동 시간을 채워야 하니까요. 그런데 그때마다 봉사가 아니고 폐를 끼치고 온 것 같아요. 솔직히 말하면, 어렸을 땐 좀 이기적이었어요. 힘든 것 하기 싫어하고. 근데 이번에 하니까 뜻 깊고 보람 찼던 것 같아요.
지금 보니까 손가락은 되게 길고 가는데, 피부가 많이 상했어요(그의 손바닥에는 각질이 심하게 일어나 있었다). 기타 치는 것 때문에 그래요?
손은 어머니를 닮아서 예쁜데 피부가 진짜 안 좋아요. 손발이 다 그래요.
악기 때문에 그런 줄 알고 ‘뮤지션의 손’ 같다고 말하려고 했는데….
그렇게 생각하시는 분들이 많은데요. 손가락 끝은 진짜 악기 땜에 굳은살이 배겼는데, 손바닥은 특이 체질이라서 그래요.
(하마터면 ‘멋있게’ 생각할 뻔했어요.)
말 안 하면 모르는 거니까요(웃음).
그런데 미니 홈피 들어가보니 사진첩에 사진이 없더라고요.
‘슈스케(슈퍼스타K2)’에서 합숙 시작할 때 혹시나 예전에 친구들과의 언행 같은 게 문제가 될지도 몰라서 미니 홈피를 닫았다가 다시 연 거예요.
김지수 씨처럼 문제가 될까 봐요?
아, 네(웃음). 그런데 내 미니 홈피에 들어와 악플을 다는 사람 중에 나보다 한 살 동생인데, 부산 애들이 있더라고요. 얘네들을 어떻게 볶아야 하나 말아야 하나, 조용히 불러서 얘기를 좀 해볼까 생각도 하고 그랬어요.
작년 초부터인가, 대문 글귀가 계속 ‘Music is My Life'이더라고요. 스스로 계속 되새기는 분위기던데요?
그때가 부산예술고등학교에 입학했을 때예요. 음악이 내 길이다 생각하고 마음을 다잡던 때라서 그래요.
(전공이?)
클래식 기타요.
맞다. 클래식 기타로 콩쿠르에 나가서 입상했는데 학교에 다니지 않아서 상을 받을 수 없었다는 기사 읽었어요.
상은 탔어요. 그런데 문제는, 상을 바로 안 주고 학교로 보내는 거죠. 교장 선생님한테 수여받아야 하는데 학교에 안 다니니 받을 수가 없는 거예요.
(그때가 몇 살이죠?)
고등학교 입학하기 전 중학교 3학년 ‘나이’때죠.
클래식 기타는 어떻게 시작하게 된 거예요?
학교 자퇴하고 나서 검정고시 합격한 후에 1년 정도 공백이 생기니까 너무 할 게 없더라고요. 그래서 계속 집에만 있었어요. 그때 어머니까 취미로 배워보라고 하신 게 계기가 됐어요.
(잘 맞던가요?)
네. 습득이 빨랐어요.
어렸을 때 피아노도 잘 쳤어요?
아니요. 체르니 이런 거 안 떼고 기본 음계만 다 배우고 끊었어요. 그 다음에 학교에서 리코더하고….
(리코더요?)
되게 잘 불었어요. ‘색소 리코더’라고 색소폰처럼 휘어진 리코더가 있는데 그걸 불었어요.
노래에 소질이 있다고 느낀 건 언제였어요?
없어요. 노래를 잘 한다고 생각한 적은 없고, 노래를 부르는 게 좋았고 또 잘 하고 싶었어요. 그게 내가 노래를 하는 원동력인 것 같아요. 내가 노래를 잘 하는 모습을 사람들한테 평가받고 싶거든요.
마이클 잭슨 미션 때 ‘Black Or White' 노래하면서 춤추다 삐끗했는데도 태연하게 잘 이어가더라고요. 언제부터 그렇게 남들의 시선을 즐겼나요?
초등학교 6학년 때부터요. 그때 나의 정체성(?)을 조금씩 찾기 시작했어요. ‘내가 여자애들한테 인기가 좀 있네?’ 하면서. 그때부터 뭔가 관심을 받는 게 좋게 느껴졌어요. 옷을 사러 가도 더 튀는 옷을 입어야 되고, 관심받는 게 좋았어요. 고등학교 때는 ‘PR'이라고 하죠. 인터넷에 사진도 올리고, 오디션 자료도 올려보고, 조회수 높으면 좋아하고 그랬어요.
어떤 PR을 해봤나요? 지금 생각하면 창피한 일 없어요?
싸이월드에 ‘얼짱’이나 ‘사교 모임’에 관련된 클럽들이 있는데, 거기는 회원과 멤버가 다르거든요. 멤버는 사진과 영상 통화로 심사를 해요. 그런 클럽에 심사해달라고 찔러서 한 다섯 군데 정도 멤버가 됐어요.
몇 군데나 찔러서요?
좀 많이 찔렀어요(웃음). 열 몇 군데? 회원수 엄청 많은 데선 안 되고, 기업으로 따지면 ‘중소 기업’에 걸렸어요. 클럽에 들어가면 메인 화면에 멤버들 사진이 간판으로 뜨는 거죠. 되게 뿌듯했어요. 그때부터 내 싸이월드 방문자 수도 올라가더라고요. 그러면서 ‘나의 인지도도로 조금씩 올라가는구나’ 생각했죠.
부산예술고등학교에서도 유명했나요?
‘게이 이미지’로 유명했죠. 게이같이 생겼다고.
행동하는 걸 보면 여자를 좋아할 것 같은데요? 그것도 많이.
네(웃음).
(화장도 하고 다녔죠?)
네. 눈 화장만, 아이라인만 했어요.
되게 별 것 아닌 것처럼 말하네요. 선크림도 안 바르는 남학생들도 수두룩한데 말이죠.
선크림은 기본이죠. 근데 BB 크림은 안 발랐어요.
패션에 관심이 많다고 들었어요. 패션 잡지 볼 때 작은 캡션까지 다 읽으면서 브랜드 다 알아내고 그랬나요?
아니요. 브랜드는 보지 않아요. 전체적인 스타일을 보면서 이렇게 입으면 괜찮겠다 하는 거죠. 그게 무슨 룩인지 잘 알지도 못하고요.
아까 메이크업할 때 오늘 ‘퓨어’ 콘셉트냐고 물어봤잖아요.
네. 어디서 주워들은 건 있어가지고(웃음).
그럼 오늘 우리가 촬영한 콘셉트를 말한다면 뭐라고 할래요?
오늘은, 누드인가요? 하프 누드? 아, 세미 누드!
아직까지 힙합 바지는 입어본 적 없죠?
중학교 때는 입었어요. 힙합부에 있었었거든요. 근데 그때는 잘 나가는 애들만 힙합 바지를 입었어요. 나는 못 입었죠. 못 나가서(웃음). 그래도 잘 나가는 친구들 없는 데서 ‘통 큰 바지’ 입었어요.
‘비틀즈 코드’ 출연했을 때 매점에서 빵을 대신 사다 주는 ‘빵 셔틀’ 이야기가 나오니까 자신은 시키는 사람이 아니라 빵 셔틀이었다고 그랬잖아요. 1천원 주면서 6백원짜리 빵 사오라고 하면 “그럼 나 4백원 가져도 되냐?”고 물었다면서요.
그건 고등학교 때예요. 돈이 없으니까 돈 아끼려고 그랬어요. 노는 친구들 심부름 같은 건 안 했어요. 누구 말을 듣는 스타일이 아니거든요.
중학교 때만 해도 힙합 음악을 좋아하다가, 어떻게 로큰롤에 빠졌나요?
많은 분들이 강승윤은 완전 록을 추구한다고 오해하시는데요. 록은 올해 보컬 학원 다니면서 내가 맞는 창법을 찾아서 배운 거예요.
보이스나 창법이 확실히 요즘 세대의 것은 아니에요. 어릴 때 어떤 뮤지션을 좋아했기에 그런 창법이 나오는 거죠?
‘TOP 11’ 뽑히고 나서 이비인후과를 간 적이 있는데요. 내가 노래를 하면 안 되는 성대를 타고났대요. 여태까지 많은 톱 가수들을 치료해온 의사 선생님이었는데요. 내가 노래하는 걸 보시더니 어쩌면 이렇게 성대를 안 다치게 노래할 수 있냐고 하시더라고요.
신기하다. 비결이 뭐래요?
난 정말 노래를 못했거든요. 그냥 모창을 하는 정도였죠. 동방신기, 민경훈 선배, 하동균 선배 등 여러 장르의 다른 목소리를 가진 사람들을 다 따라 했어요. 그중에서 하나 찾게 된 게 강산에 선배님이에요. 강산에 선배님 노래할 때는 편하게 부를 수 있고, 잘 한다는 느낌이 들었거든요.
남자다운 음악을 하잖아요. 방탕하게 사는 뮤지션에 대한 동경은 없어요?
있어요. 있어! 구속받지 않고 자유로운 생활을 하고 싶어요. 얼마 전에 새로 산 다카미네 기타에 ‘블랙캣’이라고 이름 지었는데요. 검은 고양이는 밤에 다녀도 잘 안 보여서 모르잖아요. 그러니까 자유롭게 다니고요. 기타에다 블랙캣이라고 적으면서 ‘언제나 세상을 자유롭게 다니는 고양이처럼’ 이라는 말도 넣었어요. 난 진짜 고양이처럼 살고 싶거든요. 자유롭게. 근데 노래하는 일이 생계가 되고 직업이 돼야 하니까 아직까지는 꿈으로만 갖고 있어요.
심사위원과의 인터뷰에서 자신만만하게 ‘TOP 3’를 예상한다고 했잖아요. ‘TOP 4’에서 탈락하긴 했지만, 지금의 이 인기를 보면 아쉬울 건 없을 것 같아요.
큰 의미는 없는 것 같아요. 자기 합리화이고 타협이긴 한데, TOP 11에 올라간 것만 해도 대단하다고 생각해요. 비겁한 변명이죠(웃음).
팬들 사이에서 ‘곱등이’란 별명이 생겼을 정도로 생명력 하나는 대단하잖아요. 그래도 도전 과정에서 가장 오금이 저린 순간을 꼽아 본다면요?
첫 미션 생방송 이후로 계속이요. 최하 점수를 받는데도 나는 계속 올라갔거든요. 단 한 번도 90점을 못 넘기고 말이죠. 다른 멤버들은 높은 점수를 받으면서 올라가는데, 나만 72점. 화가 나더라고요.
(윤종신 씨가 ‘이문세 레전드’와 ‘마이클 잭슨’ 미션 때 2주 연속으로 준 점수 말이죠?
네.
그렇게 점수가 낮은 데도 불구하고 네티즌의 힘으로 TOP 4까지 갔잖아요.
안에서는 내가 인기 있는지 전혀 몰랐어요. 그런데 나와 보니까 장난 아니더라고요. 가리고 다녀도 다 알아보시고요. 인천에서 서울까지 1시간 동안 버스 타고 가면서 한 번도 앉지 못하고 계속 사진만 찍은 적도 있어요.
TOP 11 멤버들은 11월 말에 잠실 실내체육관에서 콘서트도 하잖아요. 미니 홈피에서 보니까 지난 8월만 해도 홍대 놀이터에서 거리 공연을 보고 언젠가 해운대에서 길거리 공연도 하고 싶다고 썼던데, 몇 달 사이 엄청난 변화네요.
근데 경기장에서 하는 공연도 좋지만, (장)재인이 누나나 지수 형이랑, 아니면 또 다른 친구들과 함께 거리 공연을 하면 너무 좋을 것 같아요. 할 시간만 생긴다면요.
곧 인기가 떨어질 거라면서요? 시간 곧 생기겠는데요?
아, 네(웃음). 세 달 후에는 나를 길거리에서 보실 수 있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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